건강가족이라는 전문 용어가 있다. 그리고 이 의미는 특정한 형태의 가족이 아닌 일상적으로 ‘건강하게 기능하는 가족’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급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현대의 가족은 역할과 구조, 가치관, 기능 등의 면에서 전통가족과는 질적으로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적 위기로 인하여 가정이 해체되거나 가족 내에 갈등이 증폭되어 가족이 동반자살을 하거나 가족원의 일탈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 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족치료가 생겨났는데, 이 과정에서 ‘비밀보장’에 관한 문제점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족은 가족의 구성원도 하나의 개인으로써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가족 구성원의 일은 모두의 일, 모두의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밀보장이란 심리적인 치료와 상담의 과정에서 상담자가 알게 된 내담자의 정보를 존중하고,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의무사항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비밀보장은 상담자에게 그 무엇보다도 우선순위로 지켜져야 할 의무사항이다. 왜냐하면, 상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로 상담자와 내담자 간에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것인데, 그 신뢰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 하지만 이 비밀보장의 의무에도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내담자가 자신이나 타인을 신체적으로 해를 가할 위협이 있는 경우, 내담자가 학대, 유기와 같은 범죄에 연관 되어 있는 경우, 법원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명령을 받았을 경우 상담자는 내담자의 정보를 넘겨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내담자의 정보를 넘기지 않게 되어있다. 이 정보는 잘 못 하면, 범죄적으로 사용되거나, 내담자를 궁지로 몰아서 해를 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치료의 경우 가족 구성원 모두가 치료를 받았을 때, 가족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나 자신 외에 다른 가족의 정보를 요구하거나, 때때로는 무력행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해도 내담자의 동의 없이는 아무리 가족이라도 개인의 정보를 넘기는 것을 법으로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래서 가족치료를 시작할 때, 이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동의서를 작성한 다음 상담을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치료의 경우 일반적인 개인의 상담, 치료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치료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서로 이해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가족치료의 경우 내담자의 동의하에 다른 가족에게 말해도 되는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미리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너무 숨기기만 해서는 가족치료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의 골이 깊은 경우, 내담자는 그 어떤 사항도 가족과 공유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강제로 진행하려고 하면, 상담자와 내담자의 신뢰형성(라포)에 문제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치료 전체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비밀보장의 의무란 참 어려운 문제라고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가족치료에서 비밀보장은 정말로 어려운 문제점이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는 내 자식의 문제점 고민 등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는 그건 개인의 사생활, 인권의 침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비밀보장은 그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지켜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고, 그 비밀은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의 목을 조이는 흉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비밀을 내담자가 상당자에게 이야기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내담자의 믿음과 신뢰를 받은 만큼 그런 마음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
참고자료
가족치료 이론과 기법 [2판], 김헤숙, 학지가 – 가족에 대한 이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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